반도체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기업 Diraq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에 20명 규모의 기술거점을 열었다. 집적회로 설계와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소자 모델링, 머신러닝 인력으로 구성했다. 앞으로 12개월 안에 조직을 40명으로 늘린다.
Diraq은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SW)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연방정부 예산 20억달러를 들여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한 양자 기술 기업 9곳 중 한 곳이다. Diraq은 미 상무부로부터 CHIPS법 지원에 따라 최대 3800만달러를 투자받기로 했다.
반도체 공정으로 만드는 양자컴퓨터
실리콘 스핀 큐비트는 실리콘 안에 전자 한 개를 가두고 전자의 회전 방향을 0과 1로 사용한다. 소자 하나의 크기가 작아 한 칩에 대량 집적할 수 있고, 기존 CMOS 반도체 공정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Diraq은 지난 7월 300㎜ CMOS 호환 공정으로 제작한 실리콘 칩에서 스핀 큐비트 8개를 작동시켰다. 세계 최고 권위의 반도체 연구기관인 벨기에 imec 공정을 이용했다. 8개의 양자점을 일렬로 배치하고 모든 큐비트를 조정·제어했다. 최대 램지 결맞음 시간은 41마이크로초, 한 에코 결맞음 시간은 1.31밀리초였다.
다만 이번 8큐비트 칩에서 모든 인접 큐비트의 얽힘 연산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8개를 네 쌍으로 나눠 작동시키고, 한 쌍에서 2큐비트 교환 연산을 시연했다. 2차원 배열과 전면적인 얽힘 게이트, 논리 큐비트는 아직 더 검증해야 한다.
Diraq과 imec은 2025년 300㎜ 웨이퍼에서 같은 설계의 2큐비트 시험소자를 제작한 뒤, 서로 떨어진 소자 4개의 성능을 각각 측정했다. 소자 하나에는 전자 스핀 큐비트 2개가 들어간다. 연구진은 각 소자에서 큐비트 하나를 조작하는 단일큐비트 연산과 두 큐비트를 얽히게 하는 2큐비트 연산을 반복했고, 네 소자 모두에서 99% 이상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큐비트를 원하는 상태로 준비하고 결과를 읽어내는 정확도는 최고 99.9%였다. 8개 큐비트를 하나의 프로세서로 연결한 실험은 아니지만, 같은 반도체 공정으로 만든 여러 소자에서 높은 성능을 반복해서 얻었다.
Diraq은 제어전자도 실리콘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10만개 트랜지스터로 구성된 극저온 CMOS 칩을 밀리켈빈 온도에서 작동시켜 스핀 큐비트의 단일·2큐비트 연산을 제어했다. 제어칩이 발생시키는 열과 전기잡음이 큐비트 성능을 눈에 띄게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결과도 확보했다.
수백만 개의 큐비트를 실온 장비에서 개별 전선으로 제어할 수는 없다. 큐비트 가까이에 저전력 제어칩을 배치하고 여러 신호를 묶어 처리해야 한다. 이번에 신설한 LA 조직에 집적회로 설계자가 대거 들어간 이유다.

Diraq, 미국 내 개발 거점 빠르게 늘려
Diraq은 양자역학의 수학적 기초를 완성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폴 디랙(Paul Dirac)의 이름을 기려 기업명을 지었다. 현재 세계 인력은 100명을 넘는다. 시드니에서 큐비트 연구와 원천기술을 맡고, 미국 팰로앨토는 제품개발과 반도체 파트너십, 로스앤젤레스는 칩·제어·소프트웨어 설계를 담당한다. 지난 19일 문을 연 시카고 연구소에는 희석냉동기 2대가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큐비트 측정과 극저온 CMOS, 칩 부품 검증을 진행한다. 미국 세 도시에 나눠 조직을 구축한 셈이다. 글로벌파운드리가 극저온 CMOS와 반도체 제조 파트너로 참여한다.
실리콘 양자기업들이 선보이는 제품 형태가 칩 단품에서 데이터센터용 랙 시스템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투자금도 큐비트 물리 연구보다 파운드리 제조, 극저온 제어, 패키징과 시스템 구축에 몰리고 있다.
자체 300㎜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실리콘 양자점 칩을 생산하는 인텔은 올해 1월 아르곤국립연구소에 12큐비트 프로세서와 제어시스템을 설치했다. 영국 퀀텀모션은 2025년 영국 국립양자컴퓨팅센터에 CMOS 공정 기반의 풀스택 양자컴퓨터를 설치했고, 올해 5월 1억6000만달러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CMOS와 패키징 인프라의 가치
실리콘 스핀 큐비트 방식이 IBM과 구글이 주도하는 초전도 방식과 경쟁할 수 있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실리콘 스핀 큐비트는 초전도·중성원자·이온트랩보다 물리 큐비트 수에서 뒤처져 있다. 대신 반도체 웨이퍼에서 작은 큐비트를 반복 생산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웨이퍼 전체의 수율과 소자 균일도, 2차원 배열의 얽힘 연산, 극저온 제어칩의 전력과 발열을 해결해야 가능성이 제품으로 바뀐다.
Diraq의 실리콘 큐비트 양자컴퓨터도 냉동기가 필요하다. 회사가 목표로 하는 큐비트 운전온도는 약 1K다. 초전도 큐비트가 사용하는 10~20mK보다 훨씬 높다. 1K단은 밀리켈빈단보다 더 많은 배선과 제어전자에서 발생하는 열을 감당할 수 있다. 나노미터급 스핀 큐비트와 4K 극저온 CMOS 제어칩을 가까이 패키징할 수 있다는 점도 대규모 집적에 유리하다.
다만 Diraq은 이 구조를 수백만 큐비트 시스템에서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1K에서 게이트와 판독 성능을 유지하고, 소자 수백만개의 편차를 자동으로 보정해야 초전도 방식과의 산업 경쟁이 시작된다.
Diraq은 2029년 15만개의 물리 큐비트와 최대 1000개의 논리 큐비트를 갖춘 첫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2031년 목표는 물리 큐비트 200만개 이상, 논리 큐비트 1만개 이상이다. 한 물리 큐비트당 제조비용을 1달러 아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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