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올해 입성한 미래 에너지 기술기업 세 곳 주가가 8월 마지막 거래일에 일제히 올랐다. 제너럴퓨전(GFUZ)은 15.2% 오른 8.10달러, 스탠더드뉴클리어(STDN)는 14.3% 오른 16.11달러, X-에너지(XE)는 7.1% 오른 18.45달러에 31일 거래를 마쳤다.
제너럴퓨전은 핵융합, 스탠더드뉴클리어는 우라늄을 겹겹이 둘러싼 TRISO 연료, X-에너지는 고온가스로(HTR)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TRISO 연료가 연구개발을 넘어 매출로
세 회사 가운데 실적과 신규 계약이 주가를 가장 직접적으로 떠받친 곳은 스탠더드뉴클리어다. 이 회사는 7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독립 원전연료 제조업체다. 특정 원자로를 개발하는 대신 여러 차세대 원자로에 들어가는 TRISO 연료를 공급한다.
TRISO는 우라늄 연료핵 하나하나를 탄소와 탄화규소 층으로 여러 겹 감싼 입자형 연료다. 안쪽 초콜릿을 둘러싼 과자 홈런볼 모양을 생각하면 된다. 각각의 입자가 작은 격납용기처럼 핵분열 생성물을 가둔다. 고온가스로와 마이크로원자로가 높은 온도에서도 연료 손상을 억제할 수 있다.
스탠더드뉴클리어는 2분기에 TRISO 연료 50kgU(우라늄 함량 50kg)를 납품했다. 2분기 매출은 470만달러로 전년 동기 60만달러의 약 8배가 됐다. 매출 규모는 아직 작지만 연구개발 계약을 넘어 실제 연료를 만들어 고객에게 넘겼다는 점이 시장의 평가를 바꿨다.
8월 26일 체결한 안타레스뉴클리어와 계약도 주목할 만하다. 안타레스뉴클리어는 미군 기지에서 가동할 100kW~1MW급 초소형 원자로를 개발한다. 역시 TRISO 연료를 쓴다. 올 6월 아이다호국립연구소에서 초소형 원자로 임계를 시연했다. 델타포스 등 육군 특수부대의 본거지인 미 노스캐롤라이나 포트 브래그에 MMR을 공급할 예정이다.
스탠더드뉴클리어와 안타레스뉴클리어 간 계약에는 HALEU(농축도 5~20% 우라늄) 기반 TRISO 연료 1MTU(우라늄 함량 1000kg)의 확정 물량과 최대 7MTU의 추가 구매권이 담겼다. 이 계약을 반영한 확정 수주잔고는 6월 말 6190만달러에서 1억1930만달러로 늘었다. 회사가 제시한 총 계약잔고는 5억7690만달러다.
테네시와 아이다호의 연료시설은 건설을 대부분 끝내고 시운전과 운영승인 절차에 들어갔다. 회사 목표는 올해 4분기 가동승인이다. 기업공개로 확보한 순현금은 약 1억3770만달러, 이를 반영한 6월 말 기준 현금은 약 2억3990만달러다.


아마존은 Xe-100을 AI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선택
X에너지는 80MW급 고온가스로 ‘Xe-100’과 전용 TRISO-X 연료를 함께 개발한다. 4기를 묶으면 320MW 전력과 산업용 고온 증기를 공급할 수 있다. 아마존과 에너지노스웨스트가 추진하는 워싱턴주 발전사업과 다우의 텍사스 시드리프트 화학단지가 첫 배치 후보로 올라 있다.
X에너지가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건설하고 있는 전용 TRISO 생산공장 TX-1은 8월 24일 내부설비 공사 단계로 들어갔다. 계획대로 완공되면 Xe-100 11기에 필요한 TRISO 페블 7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연간 우라늄 5MTU 공급 능력을 갖추게 된다.
아마존은 워싱턴주 리치랜드 인근에서 Xe-100 원전 4기를 먼저 건설하고 이후 12기(960MWe)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수단이다.
X-에너지의 올 2분기 매출과 보조금 수입은 546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54%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1억6460만달러였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유출은 1억6460만달러, 시설투자를 포함한 투자활동 현금유출은 2억3960만달러다. 4월 기업공개에서 확보한 순현금 약 11억달러가 설계·인허가·연료공장 건설을 담당하는 자금이다.
X에너지가 제시한 144기·11GW 이상의 사업 파이프라인에는 다우, 아마존, 영국 센트리카의 조건부 확대물량이 포함돼 있다. 다우 텍사스 화학단지 4기의 건설허가, 아마존 프로젝트 순항 여부 등이 X에너지의 향후 주가 추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 핵융합 상장기업 제너럴퓨전
제너럴퓨전은 7월 10일 스프링밸리 애퀴지션 SPAC과 합병을 끝내고 13일부터 나스닥에서 GFUZ로 거래됐다. 미국 증시에서 순수 핵융합기업을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된 첫 사례다.
제너럴퓨전은 자석으로 유도한 플라스마를 액체금속 리튬으로 둘러싼 뒤 기계적으로 빠르게 압축하는 ‘자화표적핵융합’ 방식을 쓴다. ITER 같은 초대형 초전도자석이나 레이저 대신 산업용 피스톤과 액체금속 구조로 핵융합 발전 비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LM26 장치에서 리튬 라이너로 플라스마를 압축해 전자온도 0.72keV, 섭씨 약 840만도를 기록했다고 8월 18일 밝혔다. 다음 목표는 1keV, 이후 10keV와 로슨 조건 달성이다. 로슨 조건은 플라스마 온도와 밀도, 에너지를 가두는 시간을 함께 따져 핵융합 순에너지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현재는 압축가열 실험의 중간단계를 거치고 있다. 순에너지 달성과 반복운전, 삼중수소 연료주기 확보 등은 계속 검증을 거쳐야 한다.
확보한 현금은 약 1억5000만달러다. 회사는 이 돈으로 2028년 말까지 LM26의 단계별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레넥시아와 잠재적 상업배치를 검토하는 기본합의, 제너럴아토믹스와 10keV 이상 플라스마 진단기술을 개발하는 협력도 발표했다. 첫 발전소 목표시점은 약 2035년으로 제시했다.
31일 주가는 급등했지만 그전까지 흐름은 좋지 않았다. 10keV, 로슨 조건을 실제 데이터로 통과할 때마다 기업가치가 새로 매겨지는 구조다.
한국 기업은 Xe-100 공급망에 합류
세 회사 중 한국과 연결된 곳은 X에너지다. X에너지·아마존·한국수력원자력·두산에너빌리티는 2025년 8월 미국에서 2039년까지 5GW 이상의 Xe-100 배치를 지원하는 협정을 맺었다. 최대 500억달러의 공공·민간투자를 동원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두산은 원자로 모듈 제조능력을 확보하고, 한수원은 사업개발과 운영 역량을 붙이는 구도다. DL이앤씨도 2023년부터 설계·건설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예상 매출은 미정이다. 5GW와 500억달러도 참여사들의 목표치다. 두산의 실제 제작물량, 한수원의 운영범위, DL이앤씨의 설계계약 금액은 개별 프로젝트 건설허가와 투자규모가 정해진 뒤 확인해야 한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