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가 홍콩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신주 발행에 나섰다.

알리바바는 23일 홍콩거래소에 신주 7억1000만주를 주당 112.70홍콩달러에 기관투자자들에게 배정한다고 공시했다. 총조달액은 800억홍콩달러, 약 102억달러다. 수수료와 비용을 뺀 순조달액은 797억홍콩달러로 예상된다.

거래가 예정대로 끝나면 신주는 26일 발행된다.

이번에 발행되는 증권은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 보통주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ADR을 직접 발행한 거래가 아니다. 알리바바의 미국 ADR 한 주는 홍콩 보통주 8주를 나타낸다. 이번 배정은 미국 밖의 비미국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미국 증권법상 Regulation S 거래로 진행됐다.

전체 주식 수는 약 191억7500만주에서 198억8500만주로 늘어난다. 신주는 발행 후 전체 주식의 3.57%를 차지한다. 공동 총괄주관사는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HSBC, 모건스탠리, UBS다. 바클레이스와 씨티그룹, JP모건도 참여했다.

로이터는 이번 신주 배정에 약 280억달러의 주문이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조달액의 2.7배다. 이 가운데 약 60억달러가 장기투자자와 국부펀드의 주문이었으며 최종 배정물량의 약 40%가 장기투자자와 국부펀드에 돌아갈 것으로 전해졌다.

약 102억달러 전액을 AI에 투입

알리바바는 순조달금 797억홍콩달러 전액을 ‘풀스택 AI 역량’과 AI 인프라 확대에 사용하겠다고 공시했다. 데이터센터와 서버, AI 반도체, 클라우드 컴퓨팅, 기초모델, 기업용 서비스와 소비자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첫째는 데이터센터와 서버다. AI 모델을 훈련하고 고객의 요청을 처리하려면 대규모 연산시설이 필요하다. 서버뿐 아니라 네트워크 장비, 전력공급장치, 냉각설비와 데이터센터 건물이 따라온다.

둘째는 AI 반도체다. 알리바바는 반도체 설계조직 티헤드(T-Head)를 클라우드 사업과 결합해 ‘AI Cloud and Compute Services’로 재편했다. 미국의 수출통제로 최신 엔비디아 GPU 조달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자체 칩과 중국 내 공급망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는 Qwen 모델이다. 알리바바는 언어·코딩·영상·음성·이미지·음악 모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4일에는 AI 영상 생성모델 Wan 3.0도 공개했다. 모델 훈련뿐 아니라 실제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용 연산도 계속 늘려야 한다.

넷째는 상용 서비스다. 알리바바는 Qwen을 타오바오·티몰·음식배달·여행·엔터테인먼트에 연결하고 있다. 애플이 중국에서 판매하는 기기에 들어갈 AI 모델 개발에도 알리바바가 참여한 것으로 로이터는 보도했다.

‘자체 반도체 확보하겠다’ 선언

회사는 CPU 연산능력 증설과 AI 에이전트 수요, 각종 반도체 가격 상승 때문에 투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인프라 지출이 급증하면서 2분기 잉여현금흐름은 65억84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 적자는 27억7300만달러였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5억3900만달러로 75% 감소했다. 비현금성 투자손익과 자산매각 효과가 포함된 수치여서 순이익 감소 전부를 AI 투자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비일반회계기준 순이익도 38%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14%에서 6%로 떨어졌다.

2분기 AI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매출은 484억6000만위안, 약 71억3900만달러였다. 전체 매출과 외부 고객 매출 모두 전년 동기보다 45% 증가했다. AI 관련 제품 매출은 123억7600만위안, 약 18억2400만달러로 집계됐고 12분기 연속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분기 AI 관련 제품 매출 18억달러와 3개월 설비투자 100억달러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격이 있다. 클라우드 전체 매출을 넣어도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에디 우 알리바바 최고경영자는 AI 투자금이 2년 반에서 3년 안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체 반도체 비중을 높여 외부 칩 구매비용을 낮추고 클라우드 고객이 늘면 데이터센터 가동률과 이익률이 함께 올라간다는 계산이다.

미국 수출통제가 중국 AI 자본시장을 깨웠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홍콩 상장기업이 실시한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 신주 발행이다. 올해 세계 시장에서도 알파벳의 약 850억달러, 인텔의 200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주식 발행이다.

미국 빅테크는 회사채와 주식시장에서 천문학적인 AI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그동안 미국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모델 효율과 비용 절감에 집중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로 돈이 있어도 최신 GPU를 원하는 만큼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도 자본시장을 본격적으로 동원하기 시작했다. 알리바바는 홍콩에서 100억달러를 조달하고 그 돈을 중국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생태계에 투입한다. 카타르와 노르웨이 등 글로벌 국부자금은 미중 기술패권 충돌을 알면서도 주문장에 들어왔다. 카타르와 노르웨이 등 글로벌 자금은 미중 기술패권 충돌에도 알리바바의 상업용 클라우드와 오픈웨이트 AI 성장에 투자했다.

미중 AI 전쟁은 모델 순위만의 싸움이 아니다. 자본시장이 얼마나 빨리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능력을 만들어내는지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