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렌에너지는 7월 14일 2028년 6월~2029년 5월 용량 경매(발전사업자가 특정 기간 발전량을 선점하는 제도) 결과를 공개했다. 펜실베이니아, 뉴저지, 워싱턴DC 등 동부 주요 지역 계통운영기관 PJM을 통해 1만180MW를 낙찰받았다. MW당 가격은 하루당 325달러다. 하루 330만8500달러, 연단위로 보면 12억8000만달러를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전력 경매 소식이 아니다. 대기 중인 전력에도 가격이 붙고 있다는 신호다. 용량 경매는 쉽게 말하면 “그때 전기가 필요하면 당신은 발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약속을 사고파는 시장이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 이 약속의 값이 오른다.
탈렌에너지는 펜실베이니아를 중심으로 13GW 규모 전력 인프라를 보유한 대형 발전사다. 주요 자산은 2.5GW급 서스퀘하나(Susquehanna) 원전이다. AWS가 이 원전 바로 옆에 있던 데이터센터를 2024년 인수했다. 작년엔 아마존이 2042년까지 전력 공급 계약을 이 원전과 체결했다. 올해 들어선 4세대 원전인 고온가스로(HTR) 개발 기업 X-에너지의 HTR XE-100을 자사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였다.
중요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 회사는 펜실베이니아 서스쿼해나 원전 시설을 보유한 발전사다. 탤런은 자사 설명에서 서스쿼해나가 2.5GW를 생산하며, 이 원전 인근의 Amazon Web Services 데이터센터 캠퍼스에 전력을 공급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쪽에서는 AWS 데이터센터가 원전 옆으로 붙고, 그 원전을 운영하는 기업(탈렌에너지)은 PJM 용량 경매에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그림이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전력회사의 기업가치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AI 시대의 에너지 이슈는
동시에 반도체 이슈다
MS는 2024년 9월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 재가동을 위한 20년 전력구매계약을 컨스털레이션에너지와 체결했다. 스리마일섬은 1979년 최악의 원전 사고를 냈던 그 곳이다.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의 새 이름은 크레인 클린 에너지 센터다. 여기서 생산하는 약 835MW 전력이 PJM 내 데이터센터에 공급될 전망이다.
한달 뒤인 2024년 10월 구글은 카이로스파워와 SMR 전력구매계약을 맺었다. 세계 최초로 기업이 체결한 SMR 구매 계약이다. 첫 전력 공급 목표 연도는 2030년이다. 테네시주 오크리지 등 구글 데이터센터 인근 지역을 시작으로 2035년까지 500MW 규모로 SMR을 계속 배치하기로 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끊기지 않는 전기를 원한다. 원전, SMR, 가스발전, 장기 전력구매계약, 송전망 접속권을 한번에 봐야 하는 이유다. 구글은 SMR에 손을 뻗치고 아마존은 원전 옆 데이터센터를 인수하고 MS는 멈춘 원전을 재가동하면서까지 전력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빅테크는 더 이상 전력회사의 일반 고객이 아니다. 그들은 전력을 선점한다. 발전소와 계약하고, 송전망을 압박하고, 전력회사의 투자 논리를 바꾸고 있다. 전력 사재기, 정확히는 계산능력 사재기다.
한국 전력 공급 논의는
어디에 있나
한국도 모든 주체들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신설을 말한다. 정부도 말하고, 지방자치단체도 말하고, 통신사와 클라우드 기업도 말한다. 그러나 정작 데이터센터가 10년, 20년 동안 쓸 전력을 누가 어떤 계약으로 보장할 것인지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는 착공 허가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서버를 들여놓는 순간부터 전력 계약이 필요하고, 그 전력을 실어 나를 송전망과 열을 빼낼 냉각 인프라가 필요하다. 지역 전력망이 감당할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데이터센터는 서류안, 정치를 한다는 모리배들의 선동에서만 존재한다.
어느 발전원이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공급할지, 송전망 보강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어떤 구조로 열어줄지, 원전과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을 어떤 조합으로 묶을지 갈 길이 멀다.
전력은 후방 설비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의 원재료다. 반도체 공장이 웨이퍼와 초순수, 전력을 동시에 필요로 하듯 AI 데이터센터는 GPU와 네트워크, 냉각, 전력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토큰 생산라인은 멈춘다. 미국 빅테크가 전력 계약을 AI 전략의 맨 앞에 놓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데이터센터 건설’만을 전가의 보도처럼 반복하고 있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한국은 HBM을 팔 수는 있어도, 그 HBM이 만드는 AI의 주인은 되기 어렵다.
전력 조달을 설계하지 못한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은 부동산 선동에 가깝다. 정상 국가의 산업전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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