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우주 산업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과거 미국을 겨냥한 우주 경쟁이 달 탐사, 우주정거장, 위성항법에 집중됐다면 이제 전장이 AI 계산 인프라로 이동했다. 키워드는 [우주 데이터센터]다.

최근 상하이에서 공개된 ‘싱슈 계획’은 중국이 우주 공간에 AI 연산 인프라를 배치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상하이시 발표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초기 검증 단계에서 2기의 계산 위성, 12기의 엣지 위성을 발사한다. 엣지 위성은 데이터를 보고 모으는 센서 위성이다. 계산 위성은 그 데이터를 받아 깊게 생각하는 위성으로 보면 된다. 이후 상업 배치 단계에서 50기의 계산 위성, 100기의 엣지 위성을 발사한다. 최종적으로 1000기의 위성 군집(constellation)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방향은 분명하다. 위성이 촬영한 원시 데이터를 지상으로 모두 내려보낸 뒤 분석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우주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우주에서 AI 추론과 판단을 끝낸 뒤, 필요한 결과만 지상으로 전송하는 구조다.

AI 시대의 병목은 명확해졌다. 전력 및 냉각 설비 부족, 토지 확보 문제, 네트워크 인프라 지연이다. 지상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먹고, 물을 쓰고, 열을 뿜는다. 반면 우주 데이터센터는 태양광을 더 직접적으로 활용하고, 극저온에 가까운 우주 환경을 냉각 자원으로 삼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올해 4월 중국 ADAspace의 계획도 소개했다. 이 회사는 총 2800기의 계산 위성으로 구성된 ‘스타 컴퓨트’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이 중 2400기는 추론용 계산 위성, 400기는 훈련용 계산 위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작년 5월 첫 12기의 계산 위성을 발사했다. 2035년엔 총 2800기 네트워크 완성을 목표로 한다.

베이징에 있는 스타트업 오비털 청광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 회사는 12개 주요 금융기관으로부터 총 577억 위안(약 84억 달러)의 전략적 신용 한도를 확보했다. 이 회사가 구상하는 우주 데이터센터는 지상 700~800km의 새벽-황혼 궤도에 배치한다. 지속적인 태양광과 우주 냉각 환경을 활용하는 모델이다. 내년까지 기술을 검증하고 2030년까지 지상 데이터 처리 인프라와 우주 인프라 통합을 목표로 한다. 2035년이 우주 데이터센터 상용화 기점이다.

미국도 비상이 걸렸다. 구글은 프로젝트 'Suncatcher'를 통해 태양광 기반 위성에 TPU를 탑재하고, 위성 간 자유공간 광통신 링크로 AI 계산망을 구성하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구글은 우주에서 태양광 패널이 지상보다 최대 8배 생산적이라고 설명하며, 위성 간 초고속 링크와 방사선 환경에서의 TPU 내구성 확보를 과제로 제시했다. 스타클라우드는 이미 2025년 11월 엔비디아 H100 GPU를 탑재한 Starcloud-1을 발사했고 이후 우주에서 구글 제미나이(Gemini) 계열 모델 실행과 소형 LLM 훈련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우주 데이터센터 경쟁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다. 물리학자들을 중심으로 우주 데이터센터를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미국은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구글, 엔비디아, 스타클라우드 생태계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지방정부, 국영 우주기업, 상업우주 스타트업, 금융기관이 연결된 형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발사 비용이다. 아무리 우주 데이터센터가 전력과 냉각에서 이론적 이점을 갖더라도 서버와 위성을 대량으로 궤도에 올리는 비용이 높다면 B/C가 나오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중국의 최근 창정 10B 재사용 로켓 성공이 의미를 갖는다. 중국은 7월 10일 하이난 상업우주발사장에서 창정 10B를 발사했고, 1단 부스터를 해상 회수 플랫폼의 그물 포획 방식으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창정 10B는 재사용 모드에서 저궤도에 최대 16톤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대형 위성 성좌와 상업 발사를 염두에 둔 로켓이다.

우주 데이터센터와 재사용 발사체는 따로 볼 수 없다. 하나는 수요이고, 다른 하나는 운송 인프라다. 수천 수만 기의 계산 위성을 띄우려면 발사 단가를 낮춰야 한다. 미국이 스페이스X의 팰컨 9과 팰컨헤비, 스타십을 통해 위성 인터넷과 우주 물류 비용을 낮추려는 것처럼 중국도 창정 10B와 민간 로켓 기업들을 통해 우주 계산 인프라의 물류 기반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기술적 난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우주 방사선은 AI 칩과 메모리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위성이 고장 나면 지상 데이터센터처럼 유지보수를 하기도 어렵다. 대규모 AI 연산은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우주는 차갑다”는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위성 간 초고속 통신, 궤도 유지, 사이버 보안, 우주 쓰레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길은 이미 정해졌다. AI 경쟁은 이제 모델과 반도체만의 싸움이 아니다. 누가 더 싼 전력으로, 더 많은 연산을, 더 넓은 지역에, 더 낮은 지연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의 싸움이다. 지상 전력망이 병목에 걸리고, 데이터센터 입지가 정치적 갈등이 되는 순간, 우주는 새로운 계산 인프라 후보지가 된다.

중국의 움직임은 특히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AI 칩, 위성 부품, 지상국, 통신 장비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우주 기반 AI 인프라를 국가 전략으로 묶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 '상시 내란' 상태인 정치 상황을 볼 때 이 작업을 담당할 기관도, 사람도 없다.

미국과 중국이 우주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산업화한다면 한국의 역할은 앞으로 뭐가 될까. 칩 공급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 칩마저도 중국이 언제 따라잡을지 알 수 없다. 우주 AI 인프라의 일부라도 설계할 자리를 확보하려면 한국 정치인들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미중 패권 경쟁의 전장은 이제 궤도 위의 데이터센터다.